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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을 돌리면, 팔 속에서 뼈가 교차한다

손목을 돌리면, 팔 속에서 뼈가 교차한다

지금 한번 해보자. 손바닥을 하늘로 향하게 펴고, 그대로 손바닥을 바닥 쪽으로 뒤집어 보자.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대부분은 이렇게 생각한다. "손목이 돌아갔지." 그런데 아니다. 손목은 거의 그대로 있었다. 진짜로 돌아간 건 팔뚝 안쪽, 피부 밑에 숨어 있는 뼈 두 개다.

팔뚝 안에는 뼈가 두 개 있다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우리는 뼈가 하나일 거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두 개가 나란히 누워 있다.

  • 요골(엄지손가락 쪽 뼈)
  • 척골(새끼손가락 쪽 뼈)

손바닥을 위로 향하면 이 두 뼈는 젓가락 한 쌍처럼 나란히 놓인다. 이 자세를 회외라고 부른다.

그런데 손바닥을 아래로 뒤집으면, 요골이 척골 위를 타고 넘어간다. 나란하던 젓가락이 X자로 교차하는 것이다. 이 자세가 회내다.

척골은 거의 가만히 있는다. 움직이는 건 요골 하나다. 요골이 척골을 축 삼아 빙 돌아가며 그 위에 얹힌다.

손목을 돌리면, 팔 속에서 뼈가 교차한다 도식

누가 이 뼈를 돌리는가

원회내근이 위팔뼈 안쪽과 요골 중간을 잇는 모습을 단순화한 그림
Simplified diagram demonstrating the attachment of the pronator teres · 출처: 전완 회내·회외 — 손목을 돌리면 뼈가 교차한다

요골을 잡아당겨 돌리는 근육이 있다. 이름은 원회내근이다.

이 근육은 팔꿈치 안쪽에서 출발해서, 팔뚝을 비스듬히 가로질러 요골 중간에 붙는다. 그러니까 비스듬한 밧줄이다. 이 밧줄을 당기면 요골이 안쪽으로 감기면서 손바닥이 뒤집힌다.

손목 바로 위에도 짝꿍이 하나 더 있다. 방형회내근이다. 손목 근처에서 두 뼈를 짧게 이어 잡고 마지막 마무리를 돕는다.

중요한 건 이거다. 회내를 만드는 근육은 팔꿈치 근처에 하나, 손목 근처에 하나 — 이렇게 팔뚝 전체에 나뉘어 붙어 있다. 한 군데에서 확 돌리는 게 아니다.

팔뚝 단면을 잘라 보면

팔뚝 중간을 가로로 자른 단면. 요골과 척골 두 뼈와 그 주변을 둘러싼 근육들이 보인다
Cross-section through the middle of the forearm. · 출처: 전완 회내·회외 — 손목을 돌리면 뼈가 교차한다

팔뚝을 소시지처럼 뚝 잘라서 단면을 보면, 뼈 두 개가 확실히 보인다. 그리고 그 둘 사이를 얇은 막이 이어 붙이고 있다.

이 막을 골간막이라고 한다. 두 뼈가 따로 놀지 않게 잡아주는 천 같은 것이다. 요골이 돌 때 이 막이 살짝 감기면서 힘을 척골로 나눠 보낸다.

실제 팔 단면 표본. 뼈 주위를 여러 겹의 근육이 둘러싸고 있다
Muscles of upper limb. Cross section. · 출처: 전완 회내·회외 — 손목을 돌리면 뼈가 교차한다

단면을 보면 근육이 뼈를 여러 겹으로 감싸고 있는 게 보인다. 그래서 팔뚝을 비틀면 살도 같이 비틀린다. 뼈만 도는 게 아니다.

리깅하는 사람이 여기서 막히는 이유

오른팔 앞면에서 본 원회내근 표본. 팔꿈치 안쪽에서 비스듬히 내려온다
Cadaveric pronator teres of the right upper limb. Anterior view. · 출처: 전완 회내·회외 — 손목을 돌리면 뼈가 교차한다

3D 캐릭터에 뼈대를 심는 걸 리깅이라고 한다. 팔을 만들 때 흔히 이렇게 짠다.

어깨 뼈 → 팔꿈치 뼈 → 손목 뼈

그리고 손을 돌려야 할 때 손목 뼈 하나만 회전시킨다.

결과는 어떻게 될까? 손목 바로 위 살만 확 비틀리고, 팔꿈치 쪽은 멀쩡하다. 마치 젖은 수건을 한쪽 끝만 꽉 짠 것처럼 생긴다. 이걸 캔디 랩이라고 부른다. 사탕 포장지를 비튼 것처럼 한 지점이 잘록해지기 때문이다.

진짜 팔은 그렇게 안 생겼다. 앞에서 봤듯이 회내 근육은 팔뚝 전체에 나뉘어 붙어 있으니까, 비틀림도 팔꿈치부터 손목까지 골고루 퍼진다.

그래서 리거들은 팔꿈치와 손목 사이에 트위스트 본이라는 보조 뼈를 2~4개 끼워 넣는다. 그리고 손목이 90도 돌면 각 보조 뼈에 조금씩 나눠 준다.

손목을 돌리면, 팔 속에서 뼈가 교차한다 도식

왜 손목 쪽으로 갈수록 많이 돌릴까

트위스트 본에 값을 나눌 때, 그냥 똑같이 나누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손목에 가까울수록 더 많이 돌린다.

이유는 간단하다. 요골이 넘어가는 회전축은 팔꿈치 쪽에 있고, 실제로 크게 움직이는 부분은 손목 쪽이기 때문이다. 컴퍼스를 생각해 보자. 바늘 꽂은 쪽은 거의 안 움직이고, 연필 쪽이 크게 돈다.

그래서 팔꿈치 바로 아래 트위스트 본은 조금만, 손목 쪽 트위스트 본은 많이 돌리는 식으로 값을 준다.

알면 좋아지는 점

  • 비틀림 문제의 원인을 바로 찾는다. 팔이 이상하게 잘록해질 때, 스키닝 웨이트를 붙잡고 몇 시간 헤매는 대신 "뼈 구조 자체가 잘못됐다"고 바로 판단할 수 있다.
  • 트위스트 본 개수를 근거 있게 정한다. 남들이 3개 쓰니까 3개 쓰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팔뚝을 가까이 잡는 장면이 많으면 늘리고, 멀리서만 보이면 줄이는 판단이 선다.
  •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러워진다. 문을 여는 동작, 컵을 드는 동작, 드라이버를 돌리는 동작 — 회내·회외가 안 들어가는 손 동작은 거의 없다. 여기가 자연스러워지면 캐릭터 전체가 살아난다.
  • 레퍼런스를 제대로 읽는다. 실사 영상을 참고할 때, 배우 팔뚝의 살이 어떻게 감기는지가 눈에 들어온다.

모르면 겪는 문제

  • 엉뚱한 곳을 고친다. 캔디 랩이 생기면 대부분 웨이트 페인팅부터 손댄다. 하지만 뼈가 하나뿐이면 웨이트를 아무리 만져도 잘록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원인이 아닌 곳을 계속 문지르는 셈이다.
  • 손을 자연스럽게 못 돌린다. 손목만 억지로 회전시키면 손이 팔에서 떨어져 나온 것처럼 보인다. 애니메이터가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다"고 말하게 된다.
  • 옷 시뮬레이션이 깨진다. 소매가 있는 캐릭터는 팔뚝 비틀림이 한 지점에 몰리면 천이 그 지점에서 찢어지거나 파고든다.
  • 고칠 시점을 놓친다. 리깅이 끝나고 애니메이션이 수백 컷 쌓인 뒤에 구조를 바꾸면, 그 작업을 전부 다시 손봐야 한다.

몸으로 직접 느껴보기

글로 읽는 것보다 한 번 느껴보는 게 훨씬 빠르다. 집에서 이렇게 해보자.

1단계 — 뼈가 넘어가는 걸 만져보기

왼팔을 책상에 올리고 손바닥을 위로 한다. 오른손으로 왼팔뚝 가운데를 감싸 쥔다. 그 상태로 왼손바닥을 천천히 아래로 뒤집는다. 손바닥 밑에서 뭔가가 스르륵 미끄러져 넘어가는 게 느껴진다. 그게 요골이다.

2단계 — 무게를 걸고 해보기

덤벨이 있으면 좋고, 없으면 500ml 물병이나 망치도 괜찮다. 팔꿈치를 옆구리에 딱 붙이고 90도로 굽힌다. 팔꿈치는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 자세에서 손바닥을 위로 → 아래로, 아주 천천히 뒤집는다. 3초에 한 번씩. 열 번쯤 반복한다.

무게가 있으면 근육이 일하는 게 느껴진다. 특히 팔꿈치 안쪽이 뻐근해진다. 거기가 원회내근이 붙어 있는 자리다.

3단계 — 어깨가 끼어드는 걸 확인하기

이번엔 팔꿈치를 옆구리에서 떼고 똑같이 해보자. 손이 훨씬 많이 돌아간다. 왜냐하면 어깨가 몰래 도와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게 중요하다. 순수한 회내·회외는 대략 회내 80도, 회외 90도 정도다. 손을 한 바퀴 가까이 돌릴 수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어깨 회전이 더해진 착시다.

손목을 돌리면, 팔 속에서 뼈가 교차한다 도식

정리

  • 손바닥을 뒤집는 건 손목이 아니라 팔뚝 안 두 뼈가 하는 일이다.
  • 척골은 가만있고 요골이 그 위를 넘어가며 교차한다.
  • 돌리는 근육은 팔꿈치 근처(원회내근)와 손목 근처(방형회내근)에 나뉘어 붙어 있다.
  • 그래서 비틀림도 팔뚝 전체에 퍼진다. 리깅에서 트위스트 본을 나눠 넣는 이유가 이것이다.
  • 손목 쪽으로 갈수록 회전값을 크게 주면 실제 팔에 가까워진다.
  • 덤벨을 쥐고 팔꿈치를 붙인 채 천천히 뒤집어 보면, 이 모든 게 손끝으로 이해된다.

다음에 캐릭터 팔이 이상하게 비틀린다면, 웨이트를 만지기 전에 먼저 자기 팔뚝을 잡고 손바닥을 뒤집어 보자. 답은 대개 거기 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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